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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웅명인 / 정체활법명인
한국문화예술명인회
2018-05-23 11:49:13

 

 

산속 생활 10년째를 맞고 있는 조만웅씨. 그는 “인간지식 진보의 역사는 자연에 대한 편견의 극복사”라며 자연의 위대한 침묵에 귀를 기울이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것이 인간을 알고 나를 온전히 아는 길이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 우리 삶을 바꿀 가장 소중한 자원은 침묵입니다. 소리로 가득한 세상에서 본질(의미)을 듣는 행위라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그는 산속에 들어와서 많은 것을 터득했다. 처음엔 집 주변의 잡초를 제거하고 말끔히 단장을 했다. 그러자 어느 순간부터 메뚜기들이 사라졌다. 아니다 싶어 잡초들을 그냥 내버려두었다. 온갖 풀들이 다시 들어서면서 메뚜기들이 다시 찾아 왔다. 가만히 살펴보니 질경이·쑥부쟁이·머위 등 온갖 약이 되는 잡초들을 메뚜기들이 뜯고 있었다. 심지도 않았는데 차츰 앞마당이 약초 밭으로 변했다. 지인들이 찾아오면 몸에 좋다는 약초들을 골라 그냥 뜯어준다. 발에 차이는 것이 약초들이다. 툇마루 항아리엔 100가지 약초를 넣어 만든 효소가 익고 있었다.

“찾아오는 이들은 너무 게으른 것 아니냐고 타박을 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자연의 리듬에 어우러져야 귀한 것들을 보게 되고 얻게 되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요.”

그는 사람들은 인간 중심에서 모든 것을 바라보니 세상을 반쪽밖에 모르고 지낸다고 했다. 인간이 하찮은 잡초라고 생각하는 것들에도 다 자연의 섭리가 들어있는 귀한 풀들이다. 알량한 과학지식으로 성분 등이 규명이 안 됐다고 해서 필요 없는 잡초라고 여기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는 얘기다.

“저는 잡초 같은 강한 생명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머지않아 잡초의 진가가 하나하나 밝혀질 겁니다. 책에서 배운 약초공부의 한계도 알게 됐습니다.”

어느 날 그가 기르고 있는 개가 앞마당의 잡초를 뜯어 먹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배설물을 보니 기생충이 득실했다. 개가 본능적으로 구충제로 풀을 뜯고 있었던 것이다. 얼마 전에는 산에 오르는 길에 다리를 절뚝거리는 고라니를 보게 됐다. 그가 먹고 있었던 것은 느릅나무 껍질이었다. 염증을 없애주는 성분을 함유한 나무가 아닌가. 그는 동물도 본능적인 통찰로 자연의 섭리를 알고 있는 것이라 했다. 과학적 지식이 없어도 동물들은 대자연을 꿰뚫고 있는 것이다.

“산속 생활은 이제껏 책을 통해서 얻었던 지식이 별개 아니었음을 몸으로 깨달아 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자연을 우리가 안다고 하는 것은 인간의 편견으로 가득한 자연의 지식이지요.”

그는 산에서 약초 하나를 채취하더라도 두 손을 모아 합장의 예를 갖춘다. 만나는 이들에게 하는 합장예와 하나도 다르지 않다. 사람과 같은 격으로 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자 자연이 보이고 자신의 몸이 보였다.

“제 자신이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지요. 주변의 자연과 동식물, 인간의 인연들이 저를 형성하고 있다고 봅니다. 그들과 소통을 제대로 할 수 있어야 비로소 저는 온전한 존재로 바로 서게 됩니다.”

그의 합장의 예는 어쩌면 인연법에 따른 존재행위로 보인다. 세상 어느 하나 못나고 잘나고, 좋고 나쁘다고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모두가 나를 있게 한 인연이기 때문이다. 눈을 뜨니 하늘이 쏟아져 내리고, 앞산의 초록이 달려들어 온다. 누우면 하늘정원이요 서면 앞산정원이다. 텃밭에서 방금 뜯어 온 푸성귀로 그가 아침상을 차려냈다. 향이 짙다. 잡초들과 어우러져 크다 보니 나름의 향기를 지녔다. 자연은 그런 것이다.

 

 

[편완식이 만난 사람] 10년째 산속 생활하는 '자연인' 조만웅씨